97회 - 통곡


대장정(大長征)
 

 
보라,,이 바다에서 호령할 자 누구더냐
보라..이 바다에서 당당할 자 누구더냐.
이 바다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더냐..
 
명량에서의 위대한 승리..그러나 여전히 싸움은 끝나지 않았더이다.
사력을 다 했기에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은 고단함이 밀려 들었을 것이나...
당신은 함대를 이끌고 화려한 개선 대신..조선.. 그 아린 바다로의 대장정을 시작합니다.
승리후의 달콤한 휴식같은 것은 사치스러운 꿈이었고..
고단한 몸을 의지한 곳은 당신처럼 고단했을 전선이었으며..
무적 이순신 함대의 숙영지는 조선의 바다 였습니다.
 
열세척의 전선으로 일본 정예수군 333척을 대파하였으니, 용기백배, 사기충천..
당신의 함대는 두려울 것 없이 당당합니다..
명량에서 서해로..금갑포, 당사도, 어의도, 법성포, 위도, 고군산도로 이어지는 대장정..
당신의 함대가 건재함을 드러내며 거쳐가는 곳곳마다..환호성이 터지고,
적들은 오합지졸처럼 도망가기에 바쁘니,
군사들은 직접 맞닥뜨리는 적들조차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계셨기에..당신과 함께라면..패배는 없었기에
적을 겨누는 장수들의 칼은 거침이 없고, 적을 향한 군사들의 창은 사정이 없습니다.
 


(헉..울 장군 명량의 승리로 회춘 하셨나보다.)
 
당신의 귀환에
백성들은 기뻐 통곡하며 엎드립니다.
가진것 없는 저들이지만..숨겨두었을 곡식 한 바가지,,닭 한마리..눈물겨운 정성으로
당신의 돌아오심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이름만으로..겁을 먹은 왜군들..
기세좋게 충청도 직산까지 진격했던 저들은 보급로 차단으로 또 다시 고립될 것을
염려하여 남쪽으로, 남쪽으로 퇴각을 서두르고야 말았고...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몸일진대..
저 허욕에 빠진 적의 우두머리의 꿈속에까지 찾아가 그의 목을 베려합니다.
(히데요시는 귀한분을 꿈에 모셨으니 출현료 단단히 챙겨줘야 할듯..)
 
명량에서 대승을 거둔것도 큰 일이거늘..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여긴..
한 아들의 아버지는 이렇게 ..
가파른 전장에서 하루도 쉴 틈이 없이 조선을 지켜내기 위해 칼을 들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조선..눈 맑은 백성들을 위해 적에게 벼린칼을 내려 놓을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뼈속까지 정이 들었던 다친 군사들은 보낼수 밖에 없었으니..
 

 
"장군..즈이들만 편하게 갈라고 항께 맴이 영 껄쩍지근 하네요. 송구시라서 어쩐대요?"
어쩌긴요..돌아가서 잘 살아야지요..ㅠㅠㅠ
부서진 다리로 ..최강 조선수군의 화포장으로써..부족함이 없었던 대만과,,
(대만씨..울 딸이 대만씨 치켜 올라간 수염이 매력적이라고 난리요.)
눈을 잃고, 팔을 잃고, 다리를 잃은 그들..성치 않은 몸..
자랑스러웠던 조선 수군들이 이제는 이 나라의 백성으로 다시 되돌아갑니다.
당장 내일을 기약할수 없는 전장임에..떠나는 순간까지..화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만의 눈과 목소리가 살포시 젖어 갑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터에 동료들을 남겨두고 가는 대만..
마음이 편치 않아 쉬 돌아설수가 없고..
 
"목숨을 걸고, 늘 전장을 지켜온 그대들의 노고를 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허나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이 전란에 종지부를 찍는 것으로 그 답을 대신 해주마."
성치 않은 몸을...가솔들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동료들과 장군의 마음도 편치 않습니다.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서로에 대한 고마움...서로에 대한 자랑스러움..안쓰러움..
백성으로 되돌아가며..마지막으로 지휘관에게 올리는 그들의 례는 그래서 더욱 장엄합니다.
목이 메어 제대로 소리를 낼수가 없지만..애틋한 마음은 넓은 바다를 메우고도 남습니다.
마주보며 고개를 숙이는 최고 지휘관의 눈에 이슬이 맺히고.....
이 전란에 종지부를 찍는 것으로..답을 대신 해주마는 당신의 말씀에...어흑..
기약하는 바가 부질없음을 알기에 이년 또한 무심히 바라볼수가 없더이다.
 
"전라도 곡성이여..그것도 까먹지 말아라.."
우송에게..나중에 왜놈들 다 물리치고 나서..자신의 고향 곡성으로 찾아오라며..
찾아오면 술 한번 걸판지게 낼 거라는 대만..인심좋은 대만에게 있어 그때가 되면 술
뿐이었겠소만 ............전란이 끝나면..왜놈들 다 물리치고 나면..
이런 미래의 기약들이 왜일케 비현실적으로 들리고, 왜일케 마음을 미어지게 하는겐지..
장군의 기약, 대만의 기약..우송의 기약..
전란이 끝나고 장군의 돌아가심과 또한 우송의 죽음 소식을 들은 대만이 얼마나 땅을 치고
통곡을 했을지...그의 애끊는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기약이 슬픈 까닭입니다.
 
조국을 구하겠다는 백성들의 자원입대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순신의 사람들이 돌아옵니다. 경상우수사가 된 입부 이순신(동명..)
 

 
"다시 상관으로 모실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장군.."
등장부터 적으로부터 곡식을 되찾아 오는 그의 행보..
인자 예산 걱정은 꼭 붙들어 매십쇼라 말하는 것 같으오.
 


"기다리고 있었네.." .
나주사람 나대용도..멀고 먼길을 돌아..장군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마치 ..언젠가 다시 올줄 알았다는 듯이 목이 메이는 장군의 목소리,,
떠났던 자식이 다시 돌아온듯..정이 흠뻑 담겨져 있더랍니다.
 
"장군..이제 올사람은 다 왔구만이라...
인자 힘을 내아서 수군을 재건하는 일만 남았어라.." 감격스러운 송희립..
 


눈물을, 패배를, 절망을 털어버리려 합니다.
이제는 승리만을, 이제는 희망만을 당신의 전선에 싣고..
조선의 바다를 되찾고, 조국을 구하는 일만이 남아 있을거다..그런 생각으로..
..당당한 당신의 함대 ..대장선 위에서 당신은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그렇게 전진하면..그렇게 앞을 보고 가면 되는 것이었습니까?
..
13척의 판옥선과 크고 작은 배들이 그 뒤를 따르며 바다를 누비는 희망찬 당신의 함대!!
절망의 끝자락에서 희망을 찾았고, 당신의 사람들이 돌아왔고, 군사들이 돌아왔고...
이순신 함대의 조선수군은 사기가 충천하여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이제 수군을 재건하여..침탈의 창끝을 거두는 일만 남았습니다.
 
서해의 제해권이 조선 수군이 있음을 알리고, 이순신이 건재함을 알려
퇴각을 시작한 적의 예기를 꺾는데 성공하고..
실의에 빠진 백성들은 크게 고무되었으며, 그것은 고스란히 이순신과 조선수군의 뜨거운
지지로 이어졌으니..이순신함대의 대장정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당신은...그렇게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한 아들의 아버지였습니다.
 
면 사 (免 死)
 


다시 조선에 희망의 불꽃을 피워낸 댓가가 면사라고 합니다.
부스러진 몸으로, 썩어 문드러지고 찢겨진 육신으로..상처받고 무너진 영혼으로..
12척의 전선으로 333척의 왜선을,,부수고..
이천의 군사들로 이만의 정예왜군을..물리쳐
적들의 바다가 되어 신음하고 있는 조선의 바다를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 주었더니..
적의 적으로 아직 죽어지지 않은게 죄라도 되는 것인양
당신에게 죽음을 면해주겠다 합니다.
 
저 간악하고 염치없는 왕은 어떻게 당신의 죽음을 면해 준답니까?
자신의 무한권력의 칼을 휘둘러 적을 물리쳐 주기라도 한답니까?
그 칼이 백성들의 울음을 그치게 한답니까? 이 전쟁을 그치게 하는 재주라도 있답니까?
당신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적의 단 하나라도 임금의 칼로 베어주기라도 한답니까?
무슨 용쓰는 재주가 있어 ..죽음을 면한다..장담을 합니까?
 
죽일수 있으나, 죽이지 않겠다..그런 것인가 봅니다.
목숨을 바꿔서라도 조국을 지키고 싶어한 당신께..ㅠㅠㅠ
죽음의 댓가로 조국을 지켜낸 당신께 죽음을 이야기 합니다. 면사첩이랍니다.
왕은 영웅에게 면사첩을 내렸습니다.
 
명의 장수 천장 열명을 합쳐도 견줄 수 없는 만큼 불세출의 영웅, 조선이 나은 인걸 중
가장 뛰어난 자..적이 남하한 것이 이순신의 공이라..외신 양호까지도 감동을 하건만,,
노회한 신하는 무군의 죄를 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애써 그 공을 끌어 내리고
잔인한 왕은 그것조차 경계를 하며 죽음을 면해 주겠다 하네요.
 
이런 써글..
'조정을 능멸하고, 임금을 기망했으며,
명령을 따르지 않은 죄 죽어 마땅하나..
그간의 전공을 참작,,죽음만은 면해 주겠노라...'
 


캄캄한 밤,,어둠처럼 펼쳐져 있는 서탁에 놓인 면사첩....
면사라 써진 글귀가 당신을 노려보는 건지, 당신이 그 글귀를 노려보는 건지..
면사라 써진 글귀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빛은 감정이 없어 보입니다.
묵묵히..그저...바라볼 뿐입니다.
말도 되지 않는다 분노하며 억울해 하는 부하장수들..
이천의 군사로, 이만에 가까운 왜군을 섬멸한 장수에게 내리는 게..고작,,
 
왕이 아직도 장군의 충심을 의심하고 있다는 증거..면사첩..기가막혀 한숨이건만,
왕은 충신에게 양날의 칼날을 가진 면사첩을 내리며
적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당신의 한 손을 묶고,
당신의 목에 임금의 칼을 겨누고 있습니다.
 
허탈..충신에 대한 심한 모욕...능멸
그 깊은 밤을..그 가벼운 면사(免死)라는 글귀에 눈을 떼지 못한 채
무슨 생각을 하시는건지..당신의 마음을 헤아릴 길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인데..
 
환한 아침이 되도록 당신은 면사첩의 그 가벼움을 떨치지 못하고
장군의 군막..에서 그대로..불면의 밤을 보내셨습니다.
깊은 허탈..힘이 빠지고 정신이 멍해지는..한없이 추락해 버릴 것 같은 깊은 허탈..
당신은 고단한 몸을 뉘어 휴식해야할 긴 밤을 뜬 눈으로 보내셨나 봅니다.
13척으로 333척을 물리친 댓가가 면사이면..
그 다음은 生과 死의 경계..그 어디쯤일까? 免死에서 免을 빼면..死 이거늘..
죽음을 늘 곁에 두고 있는 장수의 삶에...면사는 어떤 의미일 것인가?
 
적이 이순신의 죽음을 원하고 있는데..적이 없어지지 않았는데..
어이 없다, 황당 하다 헛 웃음이라도, 절망의 표정이라도 지으시면 좋으련만..
 
그저..밤새껏 펼쳐져 있었을 그 면사첩의 가벼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
밝은 날이 되어서야 접어 한쪽으로 밀어 놓으며..뒤늦은 한숨 소리를 냅니다.
이해할수 없는 처사..이 정도 였던가..
당신몸에 포개진 적들의 칼날 사이로..임금의 칼날 또한 번뜩이고 있으니
 


왕은 충신에게 면사(免死)를 말하는 데..패배한 적의 우두머리는 ..死를 말합니다.
 
"받은 만큼 이순신한테 돌려줘..
이순신 그놈에게 생살을 자르고 뼈를 깎는 고통을 안겨 주라 이말이야..
이순신의 모든것을 빼앗는다.."
 
死 ...
이제 적은 조선의 임금보다, 명나라로의 진격보다..이순신의 죽음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이순신에게 빼어든 칼..그 칼이 이순신의 고향을 향하고 이순신의 가솔들을 향해 겨누어
집니다.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께선 늘 가파른 전장을 전전하고 계시거늘...
소자는 그저 후방에서 맘편히 지내고 있으니..
자식된 도리로 송구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평안하시냐...무탈하시냐..여쭙지 않겠습니다.
온 나라가 어느 한 고을도 병화로 온전한 곳이 없는 오늘
평안과 무탈이 죄라 하신 아버지 말씀을 소자 깊이 마음에 새기고 있는 까닭입니다.'
 

 
아들이 태어났을때 젊었던 아버지는 아들이 태어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북쪽의 변방에서 여진족과 대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어렸을때 남쪽의 바다로 떠난 아버지는..
아들이 장성하여 청년이 되기까지 곁에 있어주지 못했습니다.
어렸던 아들은..늘 아버지의 곁이 목말랐고,
아버지는 커가는 아들이 늘 그리웠습니다.
 
오랜동안의 전란은..
서로를 그리워 하는 아버지와 아들에게..더 큰 그리움만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리움을 담은채..
아버지는 그 오랜동안 전장에서 적을 앞에 두었기에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적을 눈앞에 두고, 질긴 적과의 싸움에 한없이 지쳐 갔으련만..
전장에서 아비는 그렇게 무거운 갑옷과 붉은 철릭을 벗지 못한채 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조국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리움을 담은 아들의 아버지는..이미 모든 백성들의 아버지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아버지가 거칠고 험한 전장을 떠날수 있었던 것은...무거운 갑옷을 벗었던 것은..
죄인의 몸이 되어 함거를 타고 서였습니다.
 
모진운명,,
 
목숨바쳐 구해낸 조국은 아버지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렸습니다.
나랏님은 아버지를 죄인으로 몰아 붉은 철릭을 벗겨내고
의금옥에 가두어 모진 고문으로 몸을 부수어 냈고..상하게 했으니..
비명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의금옥 밖에서,,아비의 안부가 염려스러운 아들은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밤을 새웠습니다.
 
온몸 부스러지고,,
백의종군의 죄인이 되어서야 잠시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에게..
아들은 ..그러나 목말랐던 그리움을 감춰야 했습니다.
그리웠다,,말 한마디 건네지 못할만큼..,..
승리의 대장검을 들었던 아버지는 무너질 대로 무너진 육신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나약한 모습이었기에..아들은 견딜수 없는 분노를 속으로 삼켜야만 했습니다.
 
백의종군이 된 아버지는..
아들이 죄인이 되어 돌아온 아비를 혹 부끄러워 하지 않을까 염려하였으나..
고문으로 몸이 상하고,,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가슴에 담은 아버지를 온전히 받아들인
아들은..그런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속이 깊은 청년이 되었습니다.
 

 
'소자의 나이 스물 하나..
아버지 곁을 목말라 하던 어린 날을 떠올려 보곤 합니다.
원망하는 마음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변방을 집으로 삼아야 하는 장수의 고단한 삶을
이해 하기엔 너무 어렸던 탓이겠지요.'



붉은 철릭을 자랑스러워 하는 아들에게
젊었던 아버지는 남쪽의 변방으로 홀로 떠나며 어린 아들에게 아내를 부탁하고,
가솔들을 부탁했더랍니다.
두 부자의 향기로운 미소...........그것은 '행복'이었을 것입니다.

변방으로 나아가...그 많은 세월을 적들과 싸우는 동안..
아버지는 가솔들을 보살피지 못했고
아버지의 곁을 늘 목말라 하던...원망하는 마음도 많았던 어린시절을 보내고..
아들은 든든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기껏 돌아온 아버지는 죄인의 몸이 되어 있었으나..
커가면서 변방을 집으로 삼아야 하는 장수의 고단한 삶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 아들..
고문으로 상한 육신..부서진 몸,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가슴에 담은 아버지를 지켜
봐야 했고..그런 아버지를 다시 전장으로 보내야 했으니..
마음이 찢어질듯 아팠을 것입니다.
 
이미 조선이 되어버린 자랑스러운 아버지..
후방에 있는 아들은..몸 편히 있는 것을 죄송스러워 하고,
아들에게 온전히 가솔들을 맡긴 아버지는 대견스러우나 미안한 마음입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문안의 글을 보냈습니다.
전장에서 적을 물리치기에 여념이 없는 아버지에게
후방에서 보탬이 되고자 했던 아들이 문안의 글을 보냈습니다.
 
아들이 보낸 소중한 글자 하나 하나..
그것이 아들인양 당신은 그리움을 담아..손으로 일일이 짚어가며 쓰다듬듯 읽어 내리는
아들의 편지..당신의 얼굴에 아름다운 미소가 흐릅니다.
스물이 된 신병을 바라보며..그리운 아들을 떠올려 봅니다.
 

 
'허나....이제는 그 목마름을 잠재울 수 있을 듯도 합니다.
아버지께서 그토록 지키고 싶어하셨던 이나라 조선..
그 조선의 눈 맑은 백성들이
가솔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깨달은 탓입니다.'



그러나...처절한 패배를 당한 적은
당신에게 생살을 자르고 뼈를 깎는 고통으로 되갚아 주려 합니다.
 
이순신의 고향을 노렸고, 이순신의 가솔에게 칼을 겨누었으니..
의협심 강한 당신의 아들은 저들에게 대항합니다.
무과에 응시하지도 않았지만 칼 솜씨가 크고 섬세했던 당신의 아들..은 그러나
적의 살기어린 칼을 당해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노련한 적의 칼을 당해내지 못하고..적의 칼에 아까운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 큰 사랑을 소자가 헤아리고 품을 수만 있다면..
몸은 비록 멀리 있으나...
소자...늘....아버지 곁에 있는 것이라 믿고..있습니다.'
 

 
아버지의 큰 사랑을 헤아리게 된 아들은..너무 멀리 가 버렸습니다.
 
통 곡 (慟 哭)
 




멀리 ..
적들에게 끌려갔던 김완의 탈출을 반가워 하기도 전에 당도한 아들의 소식..
 
통 곡..(慟 哭)
 
아산에서 보내온 서신 봉투에 씌여진 글자..
떨리는 손으로 집어 ..편지를 꺼내는 당신의 얼굴은 이미 울고 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차마 펴지 못하는 편지..를 바닥에 놓아 버리는 당신은..
그대로 정신을 놓쳐 버릴것만 같습니다..
 
이 무슨..
이 무슨 모진 운명이란 말입니까?
아버지가 조선을 지키기 위한 운명을 타고 났듯..
아들또한 그런 운명이었던가 봅니다.
 
"아들을 전장에 세운 아비가 어디 나 하나 뿐이라든가.."
 
애써 자신을 위로해 봅니다. 애써..애써..자식을 잃은 것이 나만은 아니다..
당신의 안에서 통곡하고 있는 당신의 영혼을 달래보려 합니다.
부하들 앞에서 애써..태연한 척,,아무렇지도 않은 척 ..
몸 깊은데서 솟아 오르는 울음을 겨우..버텨냈던 당신은..
그러나..
 


아무도 없는..어두운 밤,,검은 바닷가에서,,숨죽인 깊은 울음을 웁니다.
 
'면아...면아..면아..
아비가 죽고 아들이 사는 것이 이치에 마땅한 일이거늘...
어찌하여 하늘이 이리도 어질지를 못하단 말이냐
영특한 너의 재주를 하늘이 시기하여 데려간 것이냐..
아비의 죄가 깊어 그 화가 네게 미친 것이냐.'
 
당신의 애끊는 울음이 잠든 바다를 깨웁니다.
당신의 울음을 삼킬듯..파도가 밀려오지만..당신의 울음을 거두지는 못합니다.
슬쩍..지나가는 바람조차 미안한듯..그대로 잠잠해지고...
모든 힘이 빠진 당신은 그대로..무너져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듣는이..검은 바다와 깊은 정적의 어둠 뿐인 ..이곳에서 소리 없이 울고 계십니다.
흐르는 눈물이 그칠줄 모릅니다.
 

 
'천지가 무너지고 하늘조차 그 색을 잃으니 어이하랴..어이하랴..
하늘이여..땅이여...
구천..그 차갑고 머나먼 길로..어찌 어린 아들을 홀로 내몰라 하십니까?
차라리 이 못난 아비의 목숨을 거두고..
아들의 목숨은...아들의 목숨은 ..........돌이켜 주십시오..'
 

<이미지:인디고님>

살가운 아버지의 정을 목말라 했으나..
아버지의 큰 사랑을 헤아려 늘..아버지 곁에 있고 싶어했던 다정다감한 아들..
서슬퍼런 차가운 적의 칼에..찔려 외롭게 홀로 머나먼 길로 떠나버린 아들이
가여운 아비의 진한 피눈물이 바다로 흐릅니다.
 
당신의 목숨을 대신 거두어 달라 하늘에 대고,,땅에 대고 애원합니다.
아들의 목숨을 돌이켜 달라...하염없이 뜨거운 피눈물을 토해냅니다.
목숨을 바꿔서라도 온 백성을 지키려 했던 당신이 ...
당신의 가장 귀한 아들..하나를 지키지 못하고..무기력하게 적의 칼에 잃었습니다.
 
적이 앞에 있기에...아직도 물리쳐야 할 적이 조국의 땅에 남아 있기에..
그 모진 삶을 내려 놓지도 못하고 몸부림 치는 당신의 운명이..
너무나 아픈 모습이기에..보는 우리들은 몸둘바를 몰라 허둥댑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 죽었는데..조국을 위하는 삶이 무슨 소용이냐..
당신께 그 고단한 짐을 내려 놓으라 하고 싶습니다.
 
깊은 밤,,끝이 없는 바다처럼..당신의 울음도 깊고 끝이 없습니다..
그칠줄 모르는 당신의 눈물이..넓은 바다를 지나..
차가운 구천,,그 먼길을 떠나는 아들의 곁에 동행이 되려 합니다.
 
'아버지께서 그토록 지키고 싶어하셨던 이나라 조선..
그 조선의 눈 맑은 백성들이
가솔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깨달은 탓입니다
그 큰 사랑을 소자가 헤아리고 품을 수만 있다면..
몸은 비록 멀리 있으나...
소자...늘....아버지 곁에 있는 것이라 믿고..있습니다.'
 
장군의 아들로 태어나..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다 가신 이면공의 명복을 빕니다.
 
 
-별이초롱-

2005/08/09 00:01


 
96회 - 적의 피로 물들이도다
98회 - 힘있는 자만이 큰소리 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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