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회 - 나의 사랑, 나의 조국

이기게 해 주소서..
 
천지신명이시어


이기게 해 주소서
적을 무찌른다면 오늘 죽는다 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이기게 해 주소서
백성들과 나의 부하들의 피로 물든 이 바다에서 들리는 피울음을
그치게 해 주소서..
군사들의 지친 몸과 마음에 승리의 감격을 허락하시고
내일..승리자의 얼굴로 당당하게 개선하게 하소서..
 
마지막 남은 힘을 주소서..
나에게 남은 단 한번의 싸움..
나에게 마지막 싸움이 될 이 바다에서 승리할수 있게
천지신명이시어..나의 영혼에 불같은 힘을 실어주소서..
 
사랑하는 나의 조국 조선..
서럽고 고달픈 삶을 살아낸..나의 백성들..
길고 긴 전란에 고단한 나의 부하들..
 
나의 마지막 바다 노량에서
이 내 몸이 죽어
나의 눈물이었던 백성들에게 안식을 줄수 있다면
가슴 사무치는 나의 조국에 평화가 올수 있다면
기쁨으로 죽어지겠나이다.
 
천지신명이시어..
싸우게 하소서
하늘이 나의 목숨을 거두는 대신
백성들에게 향한 폭압의 창끝을, 이 땅을 향한 침략의 창끝을
부디 내 손으로 거두게 허락하여 주소서..
 
이루게 하소서....
나의 사랑, 나의 조국...
적을 무찌른 다면 저 노을을 따라..
오늘 이 바다에 묻힌다 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또한 나의 피도 원할 것일세..
 
고요한 당신의 기도..
황금빛 노을에 물든 깊고 아늑한 바다는 정갈한 당신의 마음입니다.
군사들의 결진 마음들이 한데 모이고, 깃발들이 펄럭이는 가운데..
당신은 바다를 가로지르는 대장선..그 당당한 배 위에서 눈을 감으셨습니다.
 
나를 일으키는 힘..흐르지 않는 중심..
당신의 중심에는 오직 한가지가 있었습니다.
이 땅에서 적의 침략을 온전히 거두는 것,
백성들이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
그를 위해 적에게 벼린 칼을 놓지 않은 지난 7년의 세월이었습니다.
 
당신의 기쁨, 당신의 눈물..
그 중심에 피흘리며 신음하는, 그러나 찬연히 빛나야할..
부르기 조차 가슴시린..'조국'이 있었습니다.
 
황금빛 노을 물든 바다..
칼을 처음 잡았을때, 스승의 죽음을 맞았을 때,
사랑하는 이들이 적에게 끌려갔을 때...
아끼던 부하들을 바다에 묻었을 때..
당신의 고뇌가 깊어 세상에 내어 놓기가 버거울 때....
황금빛 저녁 노을은 늘 당신과 함께였습니다.



노량으로 가는 뱃길은 슬프도록 눈이 부십니다.
지난 7년동안 ..조국을 지키기위해 내어주지 않았던 저 바다..를 물들이며
승리자의 얼굴로 개선할 거라던 당신에게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하여..
태양은 노량으로 가는 그 길을 가장 찬란한 빛으로 비춰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이는가
피비린내를 맡기 위해 모여드는 원혼들의 모습이...
내 눈엔 보인다네.
그 한사람 한 사람의 원혼이 양날의 검처럼 나를 할퀴고 지나가네."
 
우리 손으로 이 전란을 끝내지 못한다면
이 나라 조선 백성의 한을 씻지 못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죄인의 굴레를 벗을 수 없을 것이라 했던 당신은
..그 찬란함속에서, 그 바다에서
피 흘리며 ..억울하게 죽어간 원혼들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들린다 하더이다..
 


당신의 눈이 설핏..젖어 보입니다.
당신의 이런 눈빛,,이런 얼굴을 전에는 한번도 뵌 적이 없습니다.
 
'만일 적을 물리친 후에도 하늘이 내게 명을 이어도 좋다 허락한다면
고향으로 돌아가 늙으신 노모의 곁을 지키고자 한다.
가서 이십년 가까이 칼 찬자의 아내로서 그 숙명을 감수하느라 이제는
반백이 다 된 아내와 함께 흙을 일구는 농군으로 살고자 한다.'
 
빛나는 승리후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첫날,,
단 한번 꿈꿔봤던 가족과의 단란한 미래... 당신의 고단한 삶에서 그러나..
당신이 꿈꾸기초차 허락하지 않았던 단순하고 소박한 삶은..
그 후로도 영영 멀어져만 갔고..,
 
이제는 마지막이 될 싸움터에 나가면서 당신은..
이 싸움이 끝나면..
전란을 온전히 거두어 낸다면..이라는
ㅡㅡㅡㅡㅡㅡ이 싸움 이후의 어떤 바램도 기원하지 않았습니다.
단지..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라 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들의 피로 물들였던 바다였으니..
....또한 나의 피도 원할 것일세..."
 
生과 死의 경계가 늘 불분명했던 전장,,.
당신의 희미한 미소에서 삶도 아닌, 죽음도 아닌..
고뇌와, 결진마음과 장수가 싸움에 임해야할 굳은 결의..는 사라지고
분명 해탈의 표정이건만.. 시선을 노을속으로 둔..
당신의 눈빛은 소명을 받은자가 그 큰 슬픈 숙명을 받아들이며
자신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허락한 체념과 연민..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또한 나의 피도 원할 것일세..."
 
칼찬자의 운명...을 실은 배는 노량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나의 마지막 칼의 울음
 
자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간..칠흑같은 어둠..
이 싸움의 첫번째 승부수 왜교성 앞바다에는
 

 
당신의 갑옷을 입은 또 다른 이순신과 횃불과 꽹과리를 든 백성들이
상선과 협선만으로 순천의 적을 멋지게 속여 넘겼으니
봉화로도 부족하다 여긴 고니시는 산을 홀라당 태워 원군을 청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당신이 원한바..계획대로 노량으로 들어오는 적을
권준의 충청군과 나누어서 매복하여 기다리고 있던 당신의 함대는
매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와키자카의 조총사격에도 불구 끈질기게 침묵을 지켰습니다.
 
사정거리 안으로 적의 함대가 거의 들어왔을 무렵..
 
"지금이다..방포하라.."
 


노량의 양쪽에서 매목하고 있던 조선수군의 공격이 시작되니..
기습공격에 놀란 적들은 속수무책 싸울 생각조차 못했고, 우왕좌왕..헤매며
관음포 쪽으로 기수를 돌렸으나
그곳은 이미 우치적의 순천군과 가리포군의 이영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득하게 많은 적...
차가운 겨울..한밤에 시작된 전투는 더 없이 치열했습니다.
조선수군의 가공할 만한 함포사격이 적의 함대를 박살냈고,
어마어마한 대장군전은 적의 전선에 박혔으며 불화살로 적들의 가슴을 뚫었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그러나 화염에 쌓인 그곳은 대낮처럼 활활,,불타올랐고,,
적의 피로..물든 검은 바다는 피빛으로 변했습니다.
 
적들은 전의를 상실했고..속속 분멸되는 적선은 엄청난 조선군의 공격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시마즈,,적의 대장선이 결국 도주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장군..적의 대장선이 도망을 치고 있구먼이라..왜놈들 전의도 모두 잃었구요.
우리가...우리가 이겼어라...."
 
송희립의 들뜬 목소리가 들렸습니다...뒤이어..
당신과 목숨을 나누고자 다짐을 했던 진린의 명수군과
김완과 함께 고니시군을 물리친 이순신(동명)의 경상우수군이 웃음을 띄우며 본진에
합류했으니..
 
승리였습니다. 당신의 승리였고, 조선의 승리였습니다.
그대로...승리일수 있었고, 그대로...싸움을 끝낼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부하들 앞에서 소리 높여 외쳤듯..
승리자의 얼굴로 당당하게 개선할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겼다..모두가 기쁨의 함성을 지를때..
그러나 당신의 얼굴은 승리의 기쁨은 잠시..
냉정해지기 시작하던 표정이 점점 결연해졌고,,.
 
모두가 칼을 내렸을 때..칼을 칼집에 넣어야 할때라고 생각했을 때..
당신이 쥐고 있던 칼은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더니,,
 
"송만호, 돌격 깃발을 올려라.
대장선이 앞장서서 도주하는 잔적을 소탕한다."
기어이 그 길을 가려 하십니다.
 
"여그는 대장선이어라..대장선이 어찌.."
송희립이 놀라고 안타까워..외쳐보지만..당신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으십니다.
어찌 송희립만 놀랄 일이겠습니까?
 
아군 군사들과 장수들은 물론이거니와 퇴각하기에 서둘렀던 적들도 경이로워합니다.
그러나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으니..
저 오래전..녹둔도에서 백의종군이었으나 시전부락전투에서 우화열장(右火烈將)으로
전위군이 되어 야인들을 물리쳤고,
고문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가장 쇠약했고, 남아있는 전선 13척, 훈련되지 않은 군사들과
함께 격류의 명량의 그 바다에서 피할수 없는 싸움을 했을 때에도..
당신은 가장 선봉에 서서 싸웠습니다..
 
차가운 겨울 바다..
칼을 쥔 당신의 손은 더욱 힘이 들어갑니다..
마지막으로 깊은 울음을 우는 당신의 칼은 남아있는 적을 베라고,,
이 전란을 끝내라고 질긴 울음을 그치지 않습니다.
 

 
"대장선이 돌격선이다. !!!"
 
적이 있는 한 물러섬 없이 싸웠고, 적에게 뒤를 보이는 것은 장수의 가장 큰 불명예라
여겼던 ..조선의 장수..이순신 ..당신이 전위군이 되어 칼을 높이 들었습니다.
 
당신을 닮고자..
 
조선군 진영에 환호성이 오릅니다.
대장선이 돌격선이다..하늘같이 높은 장군이 맨 앞에서 싸우신다....
 
그리고 왜장 와카자카..
"이순신을 죽이지 않는 한..퇴각은 없다. 알겠나?"
수많은 싸움에서 단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던 그는..
"우리 와키자카군은 여기서 이순신의 대장선과 승부를 본다 !!"
대장선이 돌격선이 된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배를 빠르게 이동시켰습니다.
 
조선의 대장선과 맞붙은 와키자카의 전선사이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고..
멀리서..이 모습을 본..이영남,,
자신이 지휘하던 배를 돌려 장군과 와키자카의 배 사이를 뚫고 들어옵니다.
 
적을 앞에 두고 동족의 심장에 칼을 겨눌수 없었기에...장군의 뜻이 그러했기에
당신이 함거에 올라 끌려갈때는 칼을 뽑을수 없었지만,
나라를 위해 싸운 장수에게 누명 씌우는 억울함조차 참아야 했지만..
부서진 몸으로 다시 전장으로 나가려는 이를 역도라 칭하는 저들을 향해 칼을 겨누지
못했지만..이번에는 아니었습니다.
맨몸으로 앞장서서 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싸우는 당신을 두고 볼수는 없었습니다.
 
전날..
"장군..우리는 결코 장군을 잃을 수 없습니다."
상국의 눈치를 보느라 충신을 버리려 하는 왕과 조정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당신이 안타까워 한걸음에 내달려 당신에게로 왔던 이영남이었습니다.
내일 당장 어찌 될지 모를 운명이면서도
"내게 주어진 시간..그 시간을 일각이라도 아껴 이 전란을 하루라도 빨리 끝낼 방도를
찾는것"이야 말로 최선의 조치라 말씀하셨던 당신을 이영남은 적의 칼에 잃을 수
없었으니..
 
와키자카의 배에 오르는 것을 서슴치 않았고,,
적장의 칼에 찔렸으나..그대로 죽는 편안함 조차 허락하지 못한채
적장을 안고 칼날처럼 차가운 바다속으로 뛰어들고 말았습니다.
 
군사들에 의해..급히 끌어올려진 이영남..
 
"돌격기를 내려라...!!
안됩니다. 장군..어찌 대장선이 돌격선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피를 토하면서도 대장선이 돌격선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있는 힘을 다해 부하들에게 소리치고 있습니다.
 
"아니다 ..이것은 내 손으로 끝내야할 싸움이니라.."
 
죽음을 앞둔 이영남을 자식처럼 안고 있는 당신은..그러나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제가 가장 두려워 했던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장군입니다.
제가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분도....장군입니다.
진정으로 장군을 닮고 싶었습니다.
 
용서하십시요. 끝까지 전장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당신을 잃을 수 없습니다. 당신을 지켜드리고 싶었습니다. ..
당신과 함께 이 전란을 거둬..거친 손으로, 상하고 여읜 몸으로 제 나라를 지키겠다
맨 몸으로 적에게 맞섰던,,그 가여운 백성들에게 평화로운 삶을 되돌려 주고 싶었습
니다. 당신의..큰 사랑이었던..눈 맑은 백성들...
 
생명의 끈을 겨우 붙잡고 있는 상황에서도..
진정으로 닮고 싶었던 장군의 품안에서 끝까지 전장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영남은 이렇게 용서를 빌고 있더이다..
 
"아니다 가리포 첨사 이영남..자네는 훌륭한 장수였다...."
 
해 주고 싶었던..말..아껴두었던 말씀을 이제야 하십니다.
 


애통함에 부르르..떠는 부하장수에게 갑옷을 벗어 덮어주려는 상관,,과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아 그를 말리려는 부하장수..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흐릅니다.
당신이 해줄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훌륭한 장수였던..
차가운 죽음의 길을 외로이 홀로 가야할,, 부하장수..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당신의 젊었던 시절과 너무나 닮아서 애통한..
죽기에는 너무나 젊고 아까운 나이였습니다.
출혈에..차가운 겨울 바람에..다가오는 죽음의 길을 홀로 가야하는 이영남에게
당신의 갑옷을 덮어주어..조그마한 온기라도 보태 주고 싶었을 당신..
 
흐느낌이었습니다.
살가운 말한마디 건넨적 없지만..
적에게 겨눌 칼을 아군에게 겨누려는..무모한 상관에게 죽음인줄 알면서도 항명까지 하여
당신이 계시던 전라좌수영으로 군사들을 이끌고 달려왔었던 이영남..
깊이 아끼는 마음을 止戈의 칼로 대신했던 당신은 그를,,,
갑옷을 벗는 당신을 만류하다가 끝내 눈조차 감지 못하고 절명한 그를...
떨리는 손으로 흐느끼며 눈을 감겨주고..
당신의 품에서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셨습니다.


 
끝나지 않은 이 잔인한 전쟁은..당신에게서 너무나 많은 것을 가져갑니다.
부하를 보내는 아픔을 가슴 속 깊은 한켠에 묻어두고....일어선..당신의 ..
슬픔 어린 표정이 적에 대한 분노로 바뀝니다.

색이 바래 이미 붉은 색이라 할수 없는 피 빛 철릭 차림으로
당신은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우뢰와 같은 명령을 내렸습니다.

"독전고를 울려라. 공격하라"
 
영원불멸..그 찬란한 죽음
 
밤을 꼬박 세운..전투..
운명의 날은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싸움의 바다 한켠에서 찬연히 떠오르고 있는..태양...
 


"찬란하구나...참으로 눈부시구나.."
 
참으로 눈이 부십니다..
 
바다에 맹세하니 용이 느끼고,
산에 맹세함에 초목이 아네.
이 원수 모조리 무찌른다면,
내 한 몸 이제 죽다 사양하리오.
 


약하나..꿈을 잃지 않았던 어린시절,
꿈을 가졌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세상에 첫발을 내딛었으나 절망을 경험했던 청년시절,
세상에 대한 분기를 누르며 가장 먼저 이겨야할 적이 자기 자신임을 깨달았고,
천생의 배필을 만나 가정을 일구어 가장이 되었던 젊은시절..
 
첫번째 무과시험에서의 좌절을 딛고..결국은 등과하여
힘차게 말을 달렸던 청철릭의 녹둔도..
부서진 병장기를 부러뜨리고, 구태의연한 군사들을 다독여 변방을 지켜냈으나,,
당신의 책임이 아닌 패배에서 백의를 입어야 했고,
백의를 입은 불명예보다,,..다친 다리의 살을 인두로 지지는 아픔보다..
부하들의 죽음에 피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패배하지 않겠다 다짐했던 그 시절을 지나..
 
전란이 일어나기 불과 1여년 전에 부임한 전라좌수영..그곳에서 당신은
오랜 관행과 싸워야 했고, 무기력과 나태와 싸워야 했으며..
반감을 가진 부하장수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설득하고, 다독이고 때로는 부러뜨려
당신의 사람을 만들었습니다.
부하 장수들에게 숨겨져 있던 능력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었고, 이에
당신과 함께 미쳐보기로 작정한 부하들과 군사들과 더불어 無에서 有를 창조했으니..
당신이 계시던 전라좌수영에 불가능이란 없었고, 그로인해 세계 역사상 유래가 없는
돌격선 귀선의 탄생을 가져왔더이다.
지켜보는 우리들도 넘치도록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전란을 맞아 단 한치의 바다도 적에게 내어주지 않는 빛나는 승리 앞에서 통쾌함을
느꼈던 시절이었습니다...
 
적의 재침..
지리한 강화기가 지나고,,조선과 명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전열을 정비한 적은
다시 조선의 바다에 나타났고, 상황판단에 미숙했던 조정과 왕은 당신을 잡아들였으니
당신의 부재동안 적은 맘껏 조선을 유린했고..
어디 한곳 성한곳 없이 무지막지한 고문을 당한 당신의 몸은..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모진 고문..백의종군..어머니의 죽음..당신이 애써 이루었던 수군의 전멸..
 
그럼에도 당신은 단 13척의 전선으로 다시 격류위에서 적을 맞았고,
기적같은 승리로 절망끝에선 조선에 희망을 꿈꾸게 하였으나..
승리의 댓가는 너무나 참혹했으니..전공으로 받은 면사첩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적의 보복으로 인한 ..아들 면의 죽음..
 
당신이 흘리는 뜨거운 눈물을 보며..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당신의 음성을 들으며..
당신도..한 아낙의 지아비였음에, 한 아들의 아비였을 뿐임에..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당신의 고단하고, 힘겨웠던 삶이,,당신의 영혼을 얼마나 갉아 먹었을지..
당신에게 얹어진 짐이..여윈 어깨를 얼마나 짓눌렀을지..안쓰러워서 울고..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 모든 슬픔을, 고통을, 고달픔을..가슴에 담고..
당신은 기어이 노량의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마지막 남은 적을 섬멸하겠다..내 손으로 온전히 전란을 거두겠다..기어이 그 슬픈
바다로 나오셨습니다. ..그리고..관음포...
 
이글이글..
바다와 하늘을 태울듯이 떠 오르는 저 찬란한 태양보다..더 빛나고 눈부신..
당신은 조선의 희망이었습니다.
 
적을 온전히 거둘..이 땅과 이 바다에 떠오르는 태양..



찬란하게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눈부시게 바라보던 당신은 독전고를 울리더이다..
"둥..둥...둥..둥.,,,"
 
울리는 북소리는 일만 육천 수군의 가슴속에서 자랑스러운 조선의 자부심이 되었고
수많은 전우를 묻은 이 바다에서 승리를 알리는 개선의 북소리가 되어
용솟음 치는 바다처럼 온 천지를 뒤흔들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눈속에 들어온..그 태양이 가장 찬란한 빛을 내며..당신을 비추었을때
 
"탕.........................."
 
한발의 총성이 울리고 천지를 울리던 북소리가 뚝..멈추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멎었습니다. ...........
적이 쏜 ..총알이 당신을 쓰러뜨리고 말았습니다.
 
 

"독전고를 울려라..싸움이 급하다..
단 한명의 조선수군도 동요해선 안되니..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
 
이 무슨.....이 무슨...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던 당신의 입에서..
유언이 되어버린 바로 그 말씀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이..총을 맞아 고통에 몸부림 쳐야 할 사람이..
가슴을 쥐어짜며 하신 말씀이....싸움이 급하다니요...
 
자신에게 엄격하기만 했던 당신은 죽음앞에서도 그러했습니다.
조선을 구하겠다는 그 무거웠던 짐을..죽음 앞에서도 놓지 못하셨습니다.
전란을 온전히 거두지 못함은..당신의 안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죽음을 알면서도 모른 채..당신의 부하들은 적을 물리쳤습니다...
 
승리의 함성이 들립니다..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울음섞인..함성소리가..들려왔습니다.
 
 
 
"장군..들리십니까요? 승리의 함성이여라..
조선 수군이 적을 모조리 섬멸하고..이 조선 바다에서
싹..몰아냈구만이라..!!"
 
고통을 참고..당신의 피는 이미 온몸에서 빠져나갔으나...
당신의 영혼은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까지..눈을 감지 못하셨습니다..
 
장군..보이십니까...
조선의 바다에서..당신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이 바다에서
적이 모두 물러갔습니다.
들리십니까..승리의 함성소리가..
가슴 시리게 사랑했던..백성들의 희망에 찬 풍어가가 들리십니까..
 
 
 
희미하게..눈을 뜨고..조선의 하늘을 눈에 담습니다.
푸르디 푸른 조선의 바다,,당신이 지켜낸 바다를 눈에 담습니다.
아득하게 들려오는
당신의 함대..군사들이 울며 지르는 승리의 함성 소리를 담고..
이제는 편안한 모습이 되어 엷은 미소를 보이며..
이 땅을 지켜내신..이 바다를 지켜내신..
..........당신은 그렇게 우리들 곁을 떠나셨습니다..

 

.....깊은 절망과 싸워 이겼으며,
그리하여 마침내 희망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웠다.
 
영웅이라 이름하기에도 너무나 큰 인간..이순신..
우리는 그를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바다에 묻었다..
그러나 ,,우린 아직 그를 보낼수 없다.
왜적을 맞아 전승을 기록한 위대한 군인으로만 그를 기억코자 한다면
그것은 그를 진정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싸워야 할 적이 자기 자신임을 깨달을 때,
원칙을 지키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계속 할 용기가 있을 때,
백성을 하늘로 알고, 마음을 다하여 섬길수 있을 때,
 
그때 비로서 우리는 그를 보낼수 있을 것이다.
하여 그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편히 가소서....
 
백성들에 대한 순결한 사랑과,,조국에 대한 동백의 붉은 충절을 가진..
불멸의..당신을 존모합니다.
 
 
 
-별이초롱-

2005/09/05 23:25
 


 
103회 - 마지막 바다 노량으로.....
다음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덕수이씨 정정공·풍암공 종회, 충무공파 종회. All Rights Reserved.
Addr) 서울특별시 관악구 봉천동 53-1 Tel)02-882-4313 Fax)02-889-0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