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징계청구와 직무배제조치로 검찰총장은 어제부터 대검찰청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헌정사상 초유의 이번 조치로 검찰이 당분간 수장이 없는 비상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게다가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아 나가는 반면 윤 총장은 직무집행 정지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 등으로 곧 맞대응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추 장관을 비롯한 여권과 윤 총장 간의 마지막 치킨게임 단계까지 돌입한 상황이다. 윤 총장을 둘러싸고 진흙탕싸움 같은 진영 대결까지 벌어진 현실을 바라보는 국민들마저 불편한 심경임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그럼에도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 등 청와대의 조정과 조율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추 장관이 밝힌 윤 총장의 비위내용을 보면 정치적 중립이나 공정성을 의심할만한 대목이 없지 않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사찰, 채널A사건과 관련한 감찰 관련 정보의 외부 유출이나 측근 비호를 위한 감찰 및 수사 방해 등에 대해 법무부는 법률과 관련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하지만 윤 총장은 그동안 정치적 중립을 지켜왔다면서 정면반박하고 있어 타협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직무배제조치에 앞서 문 대통령은 사전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별도 언급은 없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추 장관의 조치를 승인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윤 총장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자 여권은 어제 당 대표가 “비위내용이 충격적”이라면서 국정조사 운운하는 등 공세수위를 한층 높여갈 태세다. 윤 총장은 “국회가 부르면 응하겠다”며 소명 의사를 밝혔지만 법사위가 기습산회하는 바람에 국회로 가던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세간의 평가는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추 장관 등 여권에 비판적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여권 일부에서조차 직무배제 조치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검찰총장은 임명직이긴 하지만 정치적 상징성이 높은 자리이기도 하다. 법적 조치에 기대기보다 인사권자가 조속히 나서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검찰이나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